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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가이드

언더컷(Undercut)



언더컷(Undercut)이란 무엇인가

 

언더컷(Undercut)이란 어떤 차의 뒤에서 달리는 차가 직접 추월을 시도하지 않고, 먼저 핏스탑하여 새 타이어의 이점을 살려 시간을 번 후, 나중에 앞에 달리던 차가 핏스탑을 마치고 나올 때 앞자리를 차지하는 간접 추월전략을 말한다. 위 영상의 첫 부분이 이를 잘 보여준다.



왜 언더컷을 시도하는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추월이 어렵기 때문이다. 차가 더 빠르면 쉽게 추월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레이스 상황에서는 더 느린 차를 추월하지 못해 손해를 보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상대적으로 더 빠른차 A와 랩타임이 0.3초 더 느린 차 B가 있다고 가정하자. A가 앞서고 B가 그 뒤를 쫓는 상황이라면 두 차의 간격은 점점 벌어지게 된다. 첫랩에선 0.3초, 다섯 랩을 달리면 1.5초, 10랩 후에는 3초의 차이가 생긴다. 30랩 후에는 10초 가까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반대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앞서 달리는 B의 에어로다이내믹스로 인해 만들어지는 와류로 인해 추월하려고 바짝 쫓는 A의 공기역학적 성능이 저하된다[각주:1]. A가 더 빠르지만, B를 뒤쫓는 것만으로도 A의 우위는 일부 희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몇번의 추월 시도가 실패하면 앞차의 엔진을 통해 나온 뜨거운 공기 영향으로 더 성능이 저하되거나 과열로 인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다른 차 뒤에 갇히지 않은 상황에서 충분히 빠르게 달릴 자신이 있다면, 언더컷은 매우 유효한 추월 시도인 셈이다.

 

언더컷의 전제조건

첫 번째, 핏스탑 이후 다시 트랙에 합류하는 곳에 '가로막는 차' 즉, '트래픽'이 없어야 한다. 즉, 아웃랩(Out lap)을 최고속도로 달릴 수 있는 클린에어에 차를 내보낼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언더컷은 현재 신고 있는 오래된 타이어보다, 앞으로 신을 새 타이어로 달렸을 때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어야만 유효한 전략이다. 보통 레이스 스타트 타이어는 가장 부드러운 콤파운드 타이어일 가능성[각주:2]이 높으므로, 언더컷 시도는 상대적으로 속도는 느리고 단단한 타이어로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새 타이어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타이어 소모가 매우 적을 경우에는 더 부드러운 타이어로 계속 달리는 것이 더 빠른 경우도 나타난다. 이럴 때는 상대가 먼저 핏스탑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앞자리를 차지한 후, 이에 대응하지 않고 최대한 오래 버텨 타이어의 우위를 통해 격차를 벌린 다음, 늦은 핏스탑 후 상대 앞으로 들어오는 것을 노리는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이는 언더컷과는 반대인 상황에서 가능한 전략으로 오버컷(Overcut)이라고 한다.

 


언더컷의 작동원리(예시)

랩당 0.3초가 더 빠른 A가 B의 뒤에 갇혀, 추월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언더컷을 시도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1) A는 같은 조건일 때 B보다 0.3초 더 빠르다. B가 A의 앞에서 달리고 있다. 두 차 모두 소프트 콤파운드 타이어를 신고 있다.

 (2) A가 더 빠르기는 하지만 B를 추월할만큼 충분한 차이는 아니어서, B의 뒤에 갇혀 B의 페이스에 수렴한 속도로 달리고 있고, 두 차의 격차는 약 2.0초, 타이어의 수명은 약간 더 남았다. (B-A의 격차 : +2.0초)

(3) A는 추월이 어렵다고 판단해 앞선 B보다 먼저 타이어를 교체하고 언더컷을 노려볼 생각이다. A는 이 타이어를 더 이상 아낄 필요가 없으므로 피트로 들어오는 인랩(In Lap)을 포함한 두어랩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린다. A가 페이스를 높여 원래 2.0초 였던 차이가 1.0초로 줄어들었다. (B-A의 격차 : +1.0초)

(4) A가 피트로 들어가는 것을 본 B는 즉각 이에 대응하기로 하고 바로 다음 랩에 핏스탑을 하기로 결정한다. A는 핏스탑에 총 25초를 소모했고, B의 26초 뒤 위치로 트랙에 복귀한 후, 전력으로 아웃랩을 질주 한다. (B-A의 격차 : +26.0초)

(5) B는 A의 바로 다음 랩에 피트로 들어와새 미디엄 타이어를 장착하고 트랙으로 돌아왔다. 핏스탑은 A보다 조금 더 빨라 소요된 시간은 24.8초. A는 맹렬하게 달려오고 있다. (B-A의 격차 : +1.2초, 단 A의 아웃랩 페이스를 고려하지 않은 격차임)

(6) 하지만 새 타이어를 신고 달린 A의 첫랩은 B의 인랩보다 1.7초 더 빨랐다. B가 핏스탑을 마치고 트랙에 복귀할 때, A는 아슬아슬하게 B보다 앞선 자리를 차지했다. (B-A의 격차 : -0.5초, A가 B를 추월)


즉, 언더컷은 일반적으로 새 타이어의 우위로 단 한랩동안 만들 수 있는 격차를 극대화 해서 자리를 바꾸는 전략이다. 만약 위 상황에서 A의 핏스탑이 0.5초 더 느렸거나, 아웃랩 페이스가 약간만 떨어졌다면, 혹은 애초에 B가 조금 더 격차를 만들어두었다면 언더컷은 성공할 수 없다. 또 앞에 선 차가 먼저 타이어를 교체할 경우 언더컷은 무위로 돌아가므로, 언더컷을 하려면 앞선 라이벌의 예상 핏스탑 시점보다 더 빠른 타이밍에 시도해야 한다.



핏스탑 전략의 이해

언더컷을 이해하면 싸움은 트랙 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다. 팀은 상대 전략을 예상하고 트랙 위에 다른 차들의 위치를 계산해 정확한 타이밍을 계산해 차를 불러들여야 한다. 핏크루들은 실수 없이 라이벌팀보다 빠르게 타이어를 교체해야 하고, 드라이버는 아웃랩에 가능한한 빠르게 차를 몰아야 한다.

또 언더컷을 이해하면 순위가 바뀌는 오버테이킹 순간 뿐만 아니라, 그 한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준비 단계를 즐기는 재미를 알아갈 수 있기도 하다. 드라이버와 핏월에서 벌어지는 머릿싸움을 이해하고, 트랙 위에서 벌어지는 전략 싸움을 예상해보는 것 역시 F1이라는 스포츠의 즐길 거리이다.


  1. 레이스카 섀시를 설계할 때는 정상상태의 클린에어를 상정하고 디자인하기 때문에, 이미 앞차로 인해 흐트러진 공기 뒤를 달리면 성능이 저하된다. [본문으로]
  2. 이는 대체로 상위권 드라이버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퀄리파잉에서 Q3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가장 빠른 타이어를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위권 드라이버들은 변칙적인 타이어 전략을 자주 선택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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